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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_명순구] 명순구 고려대 교수 - 예술의 우아함을 지키는 法, 포브스, 2025년 9월 9일

  • 작성자 사진: Bonne Clef
    Bonne Clef
  • 9월 10일
  • 4분 분량

좋은열쇠의 명순구 고문의 인터뷰 기사를 이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승우가 만난 예술계 파워리더(41)

국내 민법학의 권위자인 명순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학의 경계를 예술·시장·교육으로 확장하며 학제적 융합을 주도해왔다. 그는 예술법이라는 낯선 분야를 체계화해 한국 문화예술의 경쟁력 토대를 마련하며 “법이 예술의 우아함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유중문화재단 정승우 이사장과 명순구 교수(오른쪽)가 법과 예술, 문화와 학문이 만나는 지점에 대해 논의했다. 김정훈 기자
유중문화재단 정승우 이사장과 명순구 교수(오른쪽)가 법과 예술, 문화와 학문이 만나는 지점에 대해 논의했다. 김정훈 기자

명순구 교수는 교육·연구·행정·사회봉사 등 전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보기 드문 학자다. 고려대 법과대학장, 법학전문대학원장, 교무처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제도 혁신을 이끌었고, 2015년부터 국내 최초 법학 온라인 공개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을 개설해 학기마다 1000명 이상이 수강하는 강의를 유튜브로 무료 개방했다.


연구 영역은 민법과 비교법을 넘어 의료, 예술, 법경제학, 신탁법까지 확장됐다. 약 50권의 전문서를 집필하며, 낯선 의제를 발굴하고 학문적 체계로 구축하는 작업을 쉼 없이 이어왔다.


명 교수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미술품의 거래법과 세금』은 국내 미술품 거래 구조와 조세제도를 법학적으로 분석한 첫 작업으로 꼽힌다. 작가 직거래, 화랑 거래, 경매 등 유형별 법률 관계를 정리하고, 국내외 세법을 비교해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이건희 컬렉션 국가 기증과 미술품 물납제 논의 등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이 연구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에게 법은 평화를 위한 도구이며, 예술의 품격을 지키는 울타리이자 대학 혁신의 원동력이다. 예술과 시장, 교육이 만나는 접점에서 그는 늘 ‘같이’의 힘을 강조한다. 예술과 법, 교육 혁신이라는 세 갈래를 하나의 지도로 잇는 그의 행보에 매료된 정승우 이사장은 이달의 인터뷰이로 명 교수를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양한 이력과 활동을 직접 소개해달라.


나는 법학의 본질이 교육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강단에 서왔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학을 사회와 공유하는 것이 학자의 책무라고 믿는다. 2015년 국내 최초로 법학 MOOC를 개설했는데, 매 학기 1000명 넘는 인원이 수강한다. 강의는 유튜브 ‘명교수온라인채널’에서 무료로 공개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법학 지식의 공공재화를 실천하는 시도였다. 


연구 또한 민법과 비교법을 넘어 의료, 예술, 법경제학, 신탁법까지 확장했다. 특히 비교법에서는 영미법, 프랑스법, 러시아법, 이슬람법까지 폭넓게 다뤘으며, 공공기관과 기업 자문을 통해 현장의 문제를 직접 마주했다. 행정에서도 교무처장, 법과대학장, 법학전문대학원장을 맡아 제도 혁신을 추진했다. 사립학교법 전부 개정을 위한 기초 작업을 완성한 것도 큰 성과 중 하나다.


교수님이 정의하는 법학은 무엇인가.


법은 단순히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의 평화를 설계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평화란 전쟁이나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상태다. 법학은 사회 변화를 반영하며 그 조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법학은 규범 해석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종합 학문이다.


법률가의 역할을 어떻게 보나.


법률가는 현재의 법이 사회의 ‘마땅한 질서’인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법학의 전문화는 필연적이지만, 그 전문성이 자기폐쇄로 흐르면 타 학문과의 융합, 시민과의 소통이 단절된다. 


이 점을 설명할 때 종종 ‘망지일목(網之一目)’이라는 고사를 자주 인용한다. 옛날 어떤 사람이 그물을 쳐서 많은 새를 잡았다. 그는 성공 비결이 그물의 한 코에 있다고 생각해 그물을 잘게 쪼개 여러 곳에 설치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 코가 아니라 그물 전체, 곧 ‘같이’였다. 마찬가지로 법률가의 역할도 ‘한 코’가 아니라 ‘같이’ 속에서 완성된다. 다양한 지식과 연결해야 온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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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의 지평을 넓혀 예술과 시장을 넘어 대학 혁신까지 이끌어가는 명순구 교수. 김정훈 기자


법이 예술의 우아함을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은.  


과거 예술은 법의 간섭에서 벗어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현대의 예술시장은 작품 거래, 소유권 분쟁, 저작권 문제, 과세 체계 등 다양한 법적 이슈와 얽혀 있다. 이제 법은 예술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자유와 시장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법이 제대로 기능할 때 예술은 사회적 신뢰 속에서 그 우아함을 유지할 수 있다.


법과 예술의 접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나는 ‘민들레시리즈’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법학의 새로운 접점을 탐색했다. 이 시리즈는 우리나라 법률가들에게 낯선 주제를 다루며, 법학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예술법은 창작의 자유, 지식재산권, 거래 투명성, 세제 구조 등 다양한 법적 요소가 얽힌 복합 분야다. 예술가가 마음껏 창작하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고, 시장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바로 법이다.


예술법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프랑스 유학 시절, 음악과 미술을 전공한 지인이 많았다. 귀국 후에도 교류를 이어갔는데, 그들은 작품 활동 중 계약 문제나 저작권 분쟁, 세금 부담 같은 난관에 자주 부딪혔다. 법학자로서 그 어려움을 지켜보며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려면 법이 먼저 든든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그들에게 법학자로서 보호막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의 연구로 이어졌다.  


예술법 연구가 갖는 의미와 필요성은 무엇인가.


시중에는 현직 변호사나 갤러리스트들이 쓴 예술시장 관련 서적이 많지만, 대체로 실무 경험이나 시장 동향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학문적 체계성과 실무 경험을 함께 담은 연구는 드물다. 예술법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법학과 예술이 만나야 새로운 규준을 제시할 수 있고, 젊은 법학도들에게 창의적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예술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문화예술의 경쟁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나아가 예술법은 단순히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마련하며, 사회 전반의 창작 생태계가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뒷받침한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있을 때 예술은 신뢰 속에서 그 가치를 지켜내고, 더 넓은 문화적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저서 『미술품의 거래법과 세금』의 주요 내용과 의미는.이 책은 작가 직거래, 화랑 거래, 경매 등 유형별 거래를 법적으로 분석한 국내 첫 시도로 꼽힌다. 각 유형의 법적 위험과 책임을 짚고, 국내 세법과 외국 입법례를 비교했다. 이건희 컬렉션 국가 기증이나 미술품 물납제 논의 같은 현실적 사건을 다룰 때도 참고할 수 있다. 미술품 조세 물납은 단순한 세제 문제가 아니라 문화유산 보존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법의 시각에서 미술품은 어떤 존재인가.


민법상 미술품은 물건으로 분류되지만, 그 본질은 창작의 ‘표현’이다. 작가의 철학과 감성이 담겨 있으며, 감상자에게 감정적·문화적 의미를 전달한다. 일반 물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하락하지만, 미술품은 역사성과 해석이 축적되며 오히려 가치가 상승한다. 그래서 미술품은 법적·경제적 가치와 문화적·예술적 가치가 중첩된 독특한 자산이다.


한국 예술법 연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학제적 접근이 활성화된다면 충분히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법이 예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우아함과 가치를 지켜주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예술법 연구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학계와 예술계의 협력 모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미국 사립대학의 지식 환류 모델이 좋은 예다. 대학은 지식을 공급하고, 산업은 이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며, 성과는 다시 대학으로 환류된다. 한국에서도 예술법 연구소 설립이나 법학연구원 내 특별 과정 개설 등을 추진해 학문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직면한 화두와 해결 방향은 무엇인가.


혁신과 기업가정신이다. 대학은 창의와 상상력의 끝에서 실패를 감당하며 지식 창조의 요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대학이 생산한 지식자산을 사회와 공유하고, 사회는 대학을 단순한 기부 대상이 아니라 투자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대학 생태계를 만드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중요한 것은 ‘한 코’가 아니라 ‘같이’다. 예술과 시장, 공공과 대학이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협력할 때 창작의 자유와 시장의 신뢰가 동시에 성장한다. 법은 그 과정에서 가교가 되어야 한다. 작은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협업이 일상이 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창작 생태계가 완성된다고 믿는다.



정승우

고려대학교 법학과(학사), 동 대학원(법학 석사, 법학 박사) 졸업 후 2011년 공익재단법인 유중문화재단과 복합문화공간인 유중아트센터를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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