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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법을 보면 이슬람 사회 변화 알 수 있다" - 명순구 교수·김현종 변호사, 법률신문, 2025년 8월 6일

  • 작성자 사진: Bonne Clef
    Bonne Clef
  • 9월 10일
  • 3분 분량
명순구 고려대 교수(왼쪽)·김현종 법무법인 지음 대표변호사 <사진=백성현 기자>
명순구 고려대 교수(왼쪽)·김현종 법무법인 지음 대표변호사 <사진=백성현 기자>

"이슬람 사회(이슬람이 국교 또는 지배적 종교인 사회)는 산업·문화·교육·연구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의 핵심 협력 파트너입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과 이슬람 문화권의 미래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이슬람에 대한 인식 수준은 국격에 못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과 이슬람 사회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차이를 극복하고 공동 번영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민사거래법》(좋은열쇠 펴냄) 완역본을 출간한 명순구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사우디의 법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변혁을 거듭 중인 사우디와 이슬람권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2023년 성문 민사거래법을 제정, 공포했다. 2016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발표한 사우디 국가전략인 '비전 2030'에 따른 법 제도 개혁의 일환이다. 이 전략을 통해 사우디 정부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를 다각화하려 한다. 이를 위해선 법률 시스템 현대화와 성문법 제정이 최우선이라 판단했다. 법적 안정성과 투명성을 갖추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 비즈니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사우디에 대한 투자와 국제거래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민사거래법에 앞서 증거법(2021), 개인신분법(2022)을 제정했고 현재는 형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수교 63주년을 맞이한 한국과 사우디는 방산, 건설, 에너지, 모빌리티, 헬스케어, 콘텐츠 등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우디와 이슬람 사회를 규율하는 법에 대한 한국 법률가들의 연구는 부족하다는 게 명 교수의 지적이다. 명 교수는 "사우디 민사거래법을 한국어로 소개함으로써 양국 간 상호 이해를 돕고 비교법의 지평을 넓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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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민사거래법》 완역본은 사우디 정부가 발표한 공식 영문 버전을 토대로 했다. 다만 영문 버전에서 보이는 일부 오류를 바로잡아야 할 때는 아랍어 원문을 참고했다. 명 교수는 "영문 버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륙법과 차이를 보이는 커먼로(common law, 영미법계)만의 사고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고, 이는 가끔 오류로 나타난다"며 "이런 경우에는 아랍어 원문을 어렵사리 참고해 오류를 바로잡았다"고 설명했다. 



명 교수는 이슬람의 법 체계를 바라볼 때 ‘이슬람법’(Islamic laws, 샤리아)과 ‘이슬람 사회의 법’(laws in islamic society)을 명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자는 이슬람교의 규범(율법)인데 반해, 후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법"이라며 "양자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민사거래법 영역은 후자에 해당하며 대부분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체계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가 그렇듯, 사우디 민사거래법은 프랑스 민법의 영향을 받아 제정된 이집트 민법(1948년 제정)과 그 체계와 내용이 아주 많이 닮았다는 설명이다. 명 교수는 "다만 사우디 민사거래법은 주변국 민법에 비해 샤리아적 요소가 많이 포함돼 있어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주(譯註)를 풍부하게 달았다"고 했다.



명 교수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프랑스 민법의 권위자이면서 이슬람권의 법에도 해박하다. 그는 "파리 유학 시절 아랍과 북아프리카에서 유학 온 무슬림 친구들과 교류를 하며 우리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할 뿐 아니라 온당치 못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게 됐다"며 그때 이슬람의 법을 공부해야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 목표 아래 명 교수는 25년 전 고려대 대학원에 ‘이슬람권사법이론’ 수업을 개설하고 꾸준히 연구에 매진했다. 2021년에는 조셉 샤흐트(Joseph Schacht)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가 쓴 《이슬람법 입문》을 번역·출간했다.



이번 완역본 출간에는 15년 경력의 중동·아프리카 지역 전문가 김현종(48·사법연수원 39기) 법무법인 지음 대표변호사도 참여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실무자의 관점을 담아 완역본 리뷰를 맡았다. 여기에 지음은 번역 작업에 필요한 비용을 후원해 출간에 힘을 보탰다.



김 대표변호사는 2010년부터 5년간 LG전자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 법무팀장으로 근무하며 30여개국의 법인과 지사를 관리했다. 이후 법무법인 태평양 두바이 사무소 개소를 이끈 뒤 2017년 중동·아프리카 전문 로펌 MEA를 설립했다. 2023년 MEA와 지음이 합병하며 현재 지음의 해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김 대표변호사는 "이슬람 사회는 세계 인구·국가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특히 중동은 전 세계 확인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슬람 사회의 법은 비교법의 대상으로서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이번 완역본 출간을 계기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한국 기업들이 중동, 아프리카, 인도, 중앙아시아 등의 마지막 남은 시장으로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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